잼있는 얘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 흥미 진진 했지만, 나한테 그 얘기를 한번 했었다는 것을 기억 하지 못하고 다시 그 얘기를 즐거운 표정으로 시작 하는 경우에는 이미 들은 이야기라고 김을 빼기가 미안한 경우도 있다. 이럴땐 대부분 견디지 못하고 지적을 하는 편이지만 처음 듣는 사람이 합께 있는 경우에는 꾹 참고 포인트를 기다렸다가 웃어 주곤 한다.
뭐 잼있는 에피소드를 한 두번 정도 반복하는 것은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씩 특히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잼있는 에피소드가 생기면 정말 주변 모든 사람에게 계속 반복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나는 똑같은 얘기를 여러 사람에게 하는 것은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1:1 대화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한 얘기는 왠지 그 사람을 위한 이야기 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또 얘기 하는 것은 마치 똑같은 웨딩케잌을 그날 다음 결혼식에 계속 쓰는 느낌이랄까.
같이 일하는 분 중에 유독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은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를 안하면 듣는 사람에게 실례인 양 같은 얘기를 대상을 바꿔가며 계속 한다. 가까이 있다 보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같은 얘기를 여러번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같은 얘기를 듣다보면 잼있는 현상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 보다 줄거리는 한층 탄탄해 지고 스토리의 강약이 생기면서 훨씬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어 가는 것이다. 이야기 상대의 반응을 통해 계속 수정, 발전 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얘기 하길 좋아하는 분들은 유쾌하고 말 잘하는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느낀 이후로는 나도 같은 얘기를 반복 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많이 줄었다. 요즘은 화제가 없을 때 가끔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같은 스토리를 조금씩 구성을 바꿔가며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재미가 쏠쏠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대상을 바꿔가며 '반복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기억력이 좋지 않다 보니 종종 같은 사람한테 하는 실례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반복 이야기'(보통 반복 이야기는 따로 있다 ㅎㅎ)를 꺼낼 쯤이면 상대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한 번 씩 물어본다. '혹시 내가 이야기 했는지 모르겠지만', 혹은 '내가 이얘기 너한테 했나?' 이런식으로
아무튼 이런 실수를 통해 처음에 내가 늘었던 불편함을 상대방에게 가끔식 줄 지도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쳇바퀴 처럼 돌아가는, 화제 찾기가 힘든 세상에서 '반복 이야기'는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이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