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 startup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만난 나쁜 사람들

cjlook 2016. 5. 23. 11:57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2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후 운 좋게 엑싯(or 고철 판매)한 지도 꽤 지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그중에서는 아주 나쁜 사람들도 있었다.    


역량도 부족했고 누구 얘기처럼 profiling에 약하다 보니 회사를 좋게 포장 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협상 테이블에서 항상 약해 질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악용하는 나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 지난일이지만 소심해서 인지 아직도 분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블로그에 까발리고 이제는 용서하려 한다.


1. K모 VC의 K모 이사


이제 막 본격적으로 펀딩을 알아보던 때 초기 기업에 투자를 활발히 하던 K모 VC의 K모 이사와 미팅 기회를 가졌다. 처음 미팅 때 방문 해서 PT 하였고 그 이후에 더 알아보고 싶다는 K모 이사를 우리 사무실로 초청 해서 2차 미팅 및 데모 시간을 가졌다.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길래 우쭐한 기분도 있었고 보고 싶어하길래 소스 코드며 출시 전 새로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의 벡엔드까지 전부 까서 보여 주고 데모 링크도 전달했다. 그리고 대표 형과 1시간 넘게 말하기 힘든 개인 재정까지 심도 있는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에는 펀딩 관련 경험이 없었고 상당히 구체적인 논의도 했었기 때문에 우리는 검토 결과를 기대하며 기다렸다. 몇 주를 기다렸지만 그 이후로 K모 이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이 후에 수십명의 VC와 만났고 1차 미팅 이후에 피드백이 없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회사 PT이후 VC의 요청으로 F/up 미팅을 진행 하고 소스코드 리뷰까지 한 후에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던 적은 그 이후에도 없었다. 


뭐 피드백이 없는 것 까지는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K모 이사는 우리가 준비 중인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을 많이 보였었는데 이유는 K모 VC의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 중에 관련 서비스 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영역에서 큐레이션 베이스의 그 회사와 tech 베이스의 우리 서비스가 접목하면 좋을 것 같다고도 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우연히 그 큐레이션 베이스 회사의 IR 자료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자료에 우리가 준비하던 서비스 내용이 상당히 강조되어 IR 자료에 들어가 있었다. 오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영역에서 유일한 서비스였는데 컨셉과 UI까지 그대로 똑같았고 우리는 바로 서비스를 냈지만 그 회사는 지금도 구현하지 못한것을 보면 그 때 데모 링크를 줬던 K모 이사의 역할에 많은 의심이 간다. 아마 우리가 그 회사의 IR 자료를 볼 수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이후 K모 이사는 종종 기사에도 나오고 간접적적으로 엮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 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씁쓸하다. 


2. S모 게임사를 나온 H모씨


카카오게임으로 대박이 났던 S모 게임사에서 VP로 경영전략 부서를 이끌며 IPO 성공적으로 주관 후 퇴직한 H모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만났다. 우리가 준비했던 서비스와 유사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단도 직입적으로 팀을 인수하고 싶다고 했다. 몇 차례 만남 이후 원하는 것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 때 부터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만족하느냐, 더 도전하느냐. 직원들과 처음에 시작했던 포부.. 별별 생각들이 다 들었고 며칠을 고민했다. 하지만 필요 없는 고민이었다. 며칠 후 다음 미팅에서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하자 H모씨는 회사가 힘들어 보여서 용돈 지원 정도 생각하고 인력 활용을 생각 했다고 하며 꽁무니를 뺏다. 그저 자기의 명성으로 한번 찔러봤던 것이었다. 떠보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작고 아쉬운 회사에서는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는 순진했었고 그 이후에는 화려한 명성이나 말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H모씨는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 얘기한 서비스를 출시 못했다. 


3. 모얼라이언스의 S모 이사


어느날 S모 이사에게 연락이 왔다. 현금과 주식 스왑을 통한 인수를 제안했다. 업사이드도 줄지만 Risk가 없어 지기 때문에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몇 번의 만남과 의견을 교환 할 때 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없고 숫자만 얘기 했고 옆동네의 성공만 얘기했다. 그런게 싫어서 내가 강력히 반대해서 거절 의사를 통보했다. 마지막으로 술이나 한잔 하자며 S모 이사가 제안해서 다시 모였다. 그 자리에서 한번만 다시 생각해 달라고 해서 마음을 돌렸다. 솔직히 당장 내 앞으로 떨어지는 현금이 달콤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도장 찍으려는데 계약서에 독소 조항이 있었다. 스왑에 따른 가치 산정 문제였는데 우리 회사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당장의 현금에 만족하라는 얘기였고 결국 깨졌다. 그 때 싸인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빨리 현금화를 성공적으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동업과 서비스와 고객을 생각하기 보다는 숫자와 계약, 성공 서비스와의 상대 가치를 따지는 것이 스타트업이 갈 방향은 아닌것 같다. 대표 형과 그 회사의 1년 후 가치에 대해서 내기를 했는데 다운에 걸었던 내가 이겼다. 



나쁜사람들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용서한다. 이외에도 SK모 자회사의 K모차장, 몰모 회사의 H모 팀장 등등 약속을 어기거나 전화를 끊어 버리는 등 비매너인 사람들도 많지만 일일이 쓰다가는 너무 소심해 보일 것 같아서 넘어간다. 


반면에 좋은 사람도 많다. 인수를 검토 하다 거절 했던 f모사 대표님은 만남의 시간들도 즐거웠고 거절 피드백은 회사로선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해가 됐고 지금도 그 회사의 성공을 기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결국에 엑싯 했던 Y모사의 두 이사님들은 재미는 없는 사람들이지만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며 딜을 끝냈고 고철값에 넘겼지만 아직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의 특징은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하고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고 결과에 상관없이 이 후 피드백이 확실하다. 이제 시작하는 팀들은 이글을 참고해서 괜히 나쁜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좋은 사람들과 만났으면 한다.